호스텔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누워서 한참을 꼼짝 않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통화했다. 낮에 잠깐 잤는데도 눈이 감겼다. 그럼에도 배고픔은 이길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먹은 게 낮의 작은 샤슬릭과 논 조금이 다였으니까. 낮에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샀던 천 원짜리 작은 과자와 오렌지 한 개를 까먹었다. 저녁으로는 전혀 좋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
히바의 일몰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이번 여행에서 꼭 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였다. 숙소에서 몸을 녹이고 잠도 좀 잔 다음에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쓰게 된 숙소는 조금 추운 것 빼고 다 완벽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침구류도 편안한 편이고. 샤워 부스 말고 욕조가 있는 것도 한몫했다. 한낮의 시간이었지만 눕자마자 바로 잠이 쏟...
수하물이 늦게 나와서 택시 동승을 구할 수가 없었다.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인이거나 투어 패키지로 단체관광 온 사람들이었어서 결국 혼자 택시 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몇 사람이 붙었는데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 십만숨부터 시작했다. 십만숨? 절대 안 가! 여러 번 흥정을 하고 동승을 구하겠다고 했는데 동승 절대 못 구할거라고 기사가 그랬다. 한참 기다...
전날 일부러 일찍 잠들려 이른 시각에 침대에 누웠지만 열한 시가 조금 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국내선 터미널은 국제선 반대쪽에 있는 데다가 한 번도 안 가 본 탓에 일곱 시 반 비행기를 타는 데 다섯 시 반쯤 집을 나설 계획이었다. 작년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한 번 놓친 이후로는 어떤 비행기를 타더라도 저절로 긴장하고 괜히 사서 고생하게 되는 사람이 ...
그리스로 떠나기 한참 전에 내가 인스타그램에 썼던 말을 기억한다. 그리고 내 여행은 항상 그와 같이 발화한다. 올해는 이렇게 썼다. 재작년엔 그리스에 가길 염원했고 작년에 갈 수 있었다. 작년 모스크바에선 조지아에 가길 염원했고 올해 갈 수 있을 것도 같다 ! 마음 먹기 따라 다르지만 될 것 같은 느낌. 이런 계기들이 있는 적당히 건강한 삶 좋다. 나의 자...
한 시쯤 잠들었는데 네 시 반에 일어나야만 했다. 여섯 시에 있는 지하철 첫 차를 타기 위해서다. 당연히 짐도 싸지 않고 잠들었으므로 짐 챙기고 씻고 준비해서 나가려면 아주 늦어도 다섯 시에는 일어나야 했으니 뒤척이는 시간들까지 생각해서 그 때 알람을 맞췄다. 늦게 자는 건 할 수 있어도 일찍 일어나는 건 정말 어디에서든 너무 힘들다. 그래도 어찌저찌 일어...
모나스트라키에서 또 우조 한 잔씩을 마시고 리카비토스 언덕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작은 와인 두 병도 샀다. 처음 만난 날 일몰을 보면서 마리아가 여기 말고 다른 좋은 곳 한 군데가 더 있다고 해서 어디냐고 물었더니 같이 가겠다고 나서 준 거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이십 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케이블카도 있었지만...
예전엔 둘이 유럽 여행을 해서 잘 몰랐는데, 유럽 사람들은 사진을 정말 못 찍는다. 다 그런 건 아닌데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하면 받고 나서 내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하고 새삼 다시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된다. 서너 번 실패를 겪고 나서부턴 그냥 타이머 맞춰 두고 혼자 찍게 됐다. 어디서든 인적 드문 곳에서 타이머 맞춰 두고 연속 사진으로 찍는 것이 웬만큼 부...
주방 리모델링 때문에 싱크대를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발코니에서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놓고 전날 마가리타의 흔적을 치웠다. 뜨거운 볕 아래에서 차가운 물에 손 담그고 설거지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이 시간부터 덥네. 바다 가기 완벽한 날이야. 마리아가 말했다. 원래는 밀로스 섬에 가서 이틀 간 해변에 갈 요량으로 수영복을 가져왔었는데 산토리니로 ...
한창 마리아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조지가 도착했다. 우리 모두 그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므로-조지는 매일 바쁘고 돈 문제 때문에 소셜라이징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마리아가 말했었기에-조지가 온 것은 의외의 놀라움이자 기쁨이었다. 우리는 밤이 늦을 때까지 여러 이야기를 했다. 이를테면 조지가 나이지리아에서 일했던 이야기라던가 마리아가 필로폰네소스 반도를 히치...
첫 날 우조를 마시면서 마리아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마가리타를 만들 줄 안다고 자부하면서, 내일은 베란다에서 해가 지는 걸 보면서 마가리타 마시자! 하고 제안했다. 술 좋아하는 내가 당연히 거절할 리 없었다. 집에 일곱 시까지 오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갈 요량으로 아레오파고스에서 티시오까지 걸어 내려갔다. 굳이 티시오로 간 이유는 ...
근위병 교대식이 끝나고선 또 한동안 정처없이 죽 걸었다. 지도를 보니 고고학 박물관까지 걸어서 이십 분이면 됐다. 그럼 그리로 가야지. 이미 해가 머리 바로 위에서 엄청나게 내리쬐고 있었는데 습하지 않아서인지 그렇게 덥진 않았다. 더운데 그렇게 덥지 않은 기분. 한국인이 이렇게 강인하다. 박물관까지 가는 길엔 그 유명한 아테네 학당이 있어서 겸사겸사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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